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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회> 대바구니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4/07/28 [17:29]

시장통 구석에서 한 늙은이가 대바구니를 엮고 있었다

간판도 없는 죽제품 가게

오후의 햇빛이 늙은이의 얼굴 팔 할을 가렸다 

대바구니 하나를 고르자 

늙은이는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을 

마치 옛날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대한다 

댓살을 깎던 대칼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동안 

엄지를 동여맨 

반창고가 상처를 어루만진다

내 할아버지인 양 와락

늙은이의 삶을 안아주고 싶었다

대바구니를 받아들자 한 움큼의 웃음 담아 준다

서산으로 넘어가던 해가 오랫동안

젖은 눈으로 

늙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대(竹)를 엮어서 만든 대바구니를 한자로 롱籠(대그릇 롱)이라고 한다. 즉 대그릇을 뜻한다. 죽세공예품으로 유명한 곳은 전남 담양이다. 담양은 대나무가 자라기에 최상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담양에는 굵고 질 좋은 대나무가 많아 예부터 죽세공예품이 발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종류가 줄었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죽세공품은 부채, 채상, 대나무 수저, 참빗, 죽부인, 대바구니 등이 있다. 그중 대바구니는 여느 죽세공예품처럼 역사가 깊다. 신석기시대부터 사용됐다고 추정한다. 조선 시대에 널리 쓰이던 대바구니는 보통 대로 안쪽을 깊숙하게 엮어 만든다. 어떤 바구니가 좋은지를 비교하면서부터는 자연스레 담양의 대바구니가 유명해졌다. 통풍이 잘돼 과일이나 채소를 보관하기 좋다. 내구성이 좋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담양의 대나무에는 화분 성분이 많아 튼튼하며 탄력과 활력성活力性이 좋다. 또한 서해안 해풍의 영향을 받아 단단하고 비교적 가공도 쉽다. 해방 직후 가난하던 시절에는 대바구니를 키보다 높게 켜켜이 쌓아 어깨에 지고 다니며 판매하는 대바구니 장수가 흔했다. 대바구니 장수는 이집 저집 다니며 곡식과 바꾸기도 했다. 그만큼 대나무는 담양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녹아있다. 요즘은 제작이 쉽고 대량 생산도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이 등장하여 찾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친환경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항균성이 좋아 습기 관리만 잘해주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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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28 [17:2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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