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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오컬트 영화로 큰 흥행을 한 파묘라는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공포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기억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뛰어나서 상당히 오랫동안, 학자에 따라서는 삭제되지 않고 단지 망각의 영역에 들어갈 뿐이라 주장하는 분도 있을 만큼 오래 남기 때문에 굳이 영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공포 영화를 즐겨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미 우리 내부에서도 이 영화를 리뷰한 분들이 꽤 있어서 리뷰를 하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넷플릭스에 올라온 이상 일단 1위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복음적인 시각으로 리뷰를 해보려 합니다
이 영화를 한국식 오컬트 영화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한국에서 만든 일종의 귀신 어벤져스 영화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적어도 선과 악이 나눠져서 어딘가 한쪽의 편을 들어야 영화를 보는 맛이 나는데 이 영화를 보다보면 한쪽의 편을 들다가도 나도 모르게 교묘한 함정에 빠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여기서 나오는 주인공 중에 영적으로 바른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결말을 미리 얘기하면 일단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해피엔드인데 과연 이게 해피엔드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이 듭니다. 게다가 속편까지 만들어질 것 같으니 귀신 문화의 확장성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앞서 듭니다. 영화는 한국은 물론 다른 동양권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동양적인 미신과 정령 신화, 게다가 한국적인 무속문화에 항일 코드까지 들어있으니 흥미로운 코드가 잔뜩 들어있는 호러영화 한편이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일제가 한반도의 정기를 끊기 위해 한반도를 관통하는 중요한 산맥마다 쇠말뚝을 꽂았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회자되던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전설의 고향으로 대표되는 한국 귀신이 아니라 귀신보다 더 강력하다는 일본 귀신이 등장합니다. 무당과 지관, 장의사로 구성된 귀신 어벤져스팀이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는 일본산 정령 오니의 습격을 막아냅니다. 게다가 동양 3국에서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는 음향 오행의 원리로 엄청난 괴물이자 귀신인 정령을 퇴치한다는 설정은 동양 3국의 귀신문화를 포용하는 문화적인 다양성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무당으로 등장하는 화림의 이야기는 매번 등장할때마다 관객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덩치와 힘, 잔인함으로 무장한 오니에 맞서 무당 화림을 지키는 또다른 한국 귀신 할머니의 등장은 적어도 저에게는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섬뜩한 설정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무당 화림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마치 수호신처럼 나타나 길을 안내하고 심지어 정령이 직접적인 해를 가하려 하자 그 앞을 막아서기까지 합니다. 여기에 일본의 음양사 문화까지 소환되면서 갑자기 한일간 귀신 문화 배틀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귀신문화의 정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자신 스스로 땅을 파먹고 산다는 풍수지리를 업으로 사는 지관입니다. 그는 땅의 기운과 길흉화목을 점치며 명당을 찾아주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귀신문화는 다양한 문화와 결합하는데 첫번째는 기독교인인 장의사입니다. 그는 영화에서 고장로로 불리는데 처음에는 정말 이름이 고장로인줄 알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가 진짜 교회의 장로라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고장로는 종교대통합이라는 수준을 넘어 귀신문화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수용하는 그야말로 모든 귀신문화에 열려있는 대통합 종교인입니다. 오니를 상대하기 위해 마지막 결전의 순간에 금강경으로 얼굴을 도배한 무당, 지관, 기독교 장로의 모습은 흡사 예전에 읽었던 퇴마록이 떠올랐습니다. 오컬트는 신비를 의미하는데 그에게 있어서 신비란, 무당이 섬기는 귀신이나 지관이 믿는 음양오행의 동양철학이나 기독교의 하나님도 다 똑같이 여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반도에 철심을 박아 여우가 범의 허리를 꺾었다는 귀신 이론을 위해 마치 독립운동을 하듯 모인 이 귀신 어벤져스팀은 심지어 이를 위해 목숨을 겁니다. 알고보니 오니는 1만명을죽인 일본의 장수로 죽어서도 자신의 송장이 쇠말뚝이 되어 한반도를 찍어누르는 존재로 남은 정령이었습니다. 시신이 말뚝이 되어 친일파 고관대작의 관 밑에 세워진 것은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끔찍하고 무서운 귀신 문화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되었든 이 영화의 결말은 금강경, 음양오행, 풍수지리, 무속의 힘으로 일본의 악귀, 정령을 물리칩니다. 귀신의 힘으로 귀신을 물리친 것입니다.관객들은 이 결말을 해피엔드라고 할 것입니다. 크고 대단한 귀신이 작은 귀신을 물리치는 것을 굿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한 영적인 착각이자 사기입니다. 성경에는 사탄과 함께 타락하여 쫓겨난 졸개들을 귀신이라고 부릅니다. 영화에서처럼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된다는 것이 대표적인 귀신문화입니다. 성경에는 원래부터 사탄과 함께 쫓겨난 영적 존재를 귀신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귀신의 힘으로 귀신을 내어쫓았다면 귀신의 왕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대단한 오니를 이긴 귀신문화의 수호자들을 과연 우리는 응원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여전히 일본과의 대결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이겼으면 하는 저 역시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편이 된 것을 보면 문화의 힘을 대단합니다. 속지 않기를 바랍니다.
[출처] 2024년 7월 22일 오늘의 영화 : [파묘] 장재현 (사역자 참조)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