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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회> 해찰하다 벌어진 일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4/07/02 [16:49]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연세 지긋한 멋쟁이 여자분이 학교 정문에서 나왔습니다. 어려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던 성인들이 다니는 학교였습니다. 과거에 집안 형편이나 어떤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이제 성인이 되어서 여유롭게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에 응원이 절로 나왔습니다.

 

 퇴근 시간이라 무척 차가 밀렸습니다. 운행하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서행 중이었습니다. 왼쪽 인도의 그 여자분을 바라보다 앞을 보니, 아차!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코 앞에 앞차가 멈춰있었습니다. 순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그러자 차가 출렁하더니 앞차 범퍼를 받았습니다. 해찰하다 접촉 사고를 낸 것입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무척 당황했습니다. 앞차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렸습니다.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린 뒤에,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습니다. 운전자는 차를 받으면 어떡하냐며 언짢은 표정이었습니다.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차의 범퍼를 보았습니다. 손으로 쓸어보아도 아무 자국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려는 순간, 앞차 운전자가 말했습니다. 

 

 “그쪽이 백프로 잘못인 것 아시죠? 범퍼가 나갔네요. 범퍼 갈을게요. 빨리 사고 접수하세요.” 

 

 그리고 지금 차에 아기하고 강아지가 탔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고 말했습니다. 아기가 차 안에 있다는 말에 가슴이 더욱 철렁해서 차 안을 봤습니다. 

 

 조수석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여유롭게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어디에도 아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수석의 여자분한테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앞차 운전자는 빨리 차를 빼야 하니까 가겠다며, 사고 접수하라는 말을 남기고 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모든 일이 짧은 순간에 일어났습니다. 앞차가 떠난 뒤에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는 내 차를 보면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앞 차 사진이라도 찍어놔야 하는 것 아닌가? 보험회사에 연락해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앞차 운전자는 전화번호만 남기고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내 차 상태를 확인하니 번호판도 그대로이고, 전혀 사고 흔적이 없었습니다. 

 

 너무 당황하니 보험회사가 어디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덜덜 떨리는 가슴으로 겨우 집에 도착했습니다. 남편한테 자초지종을 말하는데, 앞차 운전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사고 접수를 빨리하라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서둘러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접수하고, 접수 완료 문자를 앞차 운전자에게 보냈습니다. 그러자 대인도 접수하라는 문자가 바로 왔습니다. 

 

 ‘대인? 사람이 다쳤다는 뜻인데?’ 뭐가 잘 못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금요일 퇴근 시간에 일어난 사건이라, 주말을 우울하게 보내고 월요일에 보험회사 대물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앞차 범퍼에 내 차 번호판 자국이 약간 났다고 했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없었던 일로 하는 사람도 많은데, 앞차 운전자는 사고 즉시 공업사에 맡겨서 범퍼를 교체하고 그 기간을 렌트해서 보험료 할증이 붙는다고 했습니다. 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생하는 모습에 미안했습니다. 무엇보다 앞차 운전자한테 진심으로 미안함이 컸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보험회사 대인 담당자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경미한 사고인데 앞차 운전자가 도저히 납득이 안 되게 행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대처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안은 경찰에 신고해서 블랙박스 등을 제출하며 정확하게 조사를 받는 것이고, 2안은 피해자 측에서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1안으로 할 경우, 적극적으로 소명할 수 있는데 경찰서에 여러 번 가야 하고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서는 1안을 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객관적인 판단으로는 1안으로 해야 하는데, 여러 큰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2안을 선택했습니다.

 

 예전 장거리 출퇴근할 때 빨간 신호로 정지 중, 뒤에서 세게 받힌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새 차 출고한 지 1주일 만에 차가 반파되어, 트렁크 부분을 잘라내고 폐차시킨 차를 잘라서 붙이기도 했습니다. 

 

 주위에서는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고, 너무 놀랐으니 입원해서 경과를 보는 것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두 번 모두 차체는 크게 손상되었어도, 몸은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아 병원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결근하거나, 가해 차 운전자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모든 운전자가 나하고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해찰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운전을 똑바로 잘하자!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자!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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