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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새라는 문장
 
김 휼 시인   기사입력  2024/06/11 [16:53]

새는 바람이 쓰는 문장

울음의 외적 범주에 속합니다

 

아무것도 쥘 것 없는 나무가 

쓸쓸한 영혼으로 흔들리는 오늘 같은 날은

움켜쥔 것들 잠시 내려놓고

메아릴랑 미련 없이 돌려보내요

 

다툼 없는 꽃차례로 계절이 오듯

천둥과 번개는 이 계절 화서의 배열 같은 것

 

세상의 중심은 당신 발이 딛고 선 그곳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렁이는 파도도

당신 손짓과 무관하지 않아요

그러니 바람불 땐 힘을 빼고 새를 펼쳐요

 

잘 보면 날개 안에 추신이 있는

새는 지상으로 띄우는 편지

 

가지들 흔들리는 숲에서

아닌 척 눈 감는 나무의 쓸쓸한 영혼이 

당신께 보내는 바람의 외전입니다

 


 

 

▲ 김 휼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주변을 둘러봐도 의지할 사람은 보이지 않고 

누구도 힘이 되어줄 것 같지 않은 그런 시간,

쓸쓸한 영혼으로 흔들리는 그런 날,

숲길을 거닐다 문득, 우리는 숲에서 인생의 답을 

얻게 될 때가 있다. 힘을 얻을 때가 있다.

그런 쓸쓸한 날이 오거든 숲에 가서 나무들이 보내는 

바람의 외전을 읽어보시라, 새들의 문장을 펼쳐 보시라

 

 

김 휼

 

본명: 김형미. 전남 장성출생. 

기독공보 신춘문예와 『열린시학』으로 등단. 

목포문학상 본상, 열린시학상등을 수상했다.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사진 시집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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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11 [16:5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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