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바람이 쓰는 문장
울음의 외적 범주에 속합니다
아무것도 쥘 것 없는 나무가
쓸쓸한 영혼으로 흔들리는 오늘 같은 날은
움켜쥔 것들 잠시 내려놓고
메아릴랑 미련 없이 돌려보내요
다툼 없는 꽃차례로 계절이 오듯
천둥과 번개는 이 계절 화서의 배열 같은 것
세상의 중심은 당신 발이 딛고 선 그곳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렁이는 파도도
당신 손짓과 무관하지 않아요
그러니 바람불 땐 힘을 빼고 새를 펼쳐요
잘 보면 날개 안에 추신이 있는
새는 지상으로 띄우는 편지
가지들 흔들리는 숲에서
아닌 척 눈 감는 나무의 쓸쓸한 영혼이
당신께 보내는 바람의 외전입니다
<시작노트>
주변을 둘러봐도 의지할 사람은 보이지 않고
누구도 힘이 되어줄 것 같지 않은 그런 시간,
쓸쓸한 영혼으로 흔들리는 그런 날,
숲길을 거닐다 문득, 우리는 숲에서 인생의 답을
얻게 될 때가 있다. 힘을 얻을 때가 있다.
그런 쓸쓸한 날이 오거든 숲에 가서 나무들이 보내는
바람의 외전을 읽어보시라, 새들의 문장을 펼쳐 보시라
김 휼
본명: 김형미. 전남 장성출생.
기독공보 신춘문예와 『열린시학』으로 등단.
목포문학상 본상, 열린시학상등을 수상했다.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사진 시집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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