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장동 울산YMCA 사무총장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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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은 스물여덟 번째 맞는 소비자의 날이다. 그런 만큼 이제 소비자 주권 확보를 넘어 다음 세대들에게 녹색소비자의 방향을 제시할 때가 됐다. 시대는 이미 기후위기, 탄소중립 등유엔이 선정한 지구촌 살리기 17개 주제를 실천하기에 바쁜 세상이 되어버렸다. 숨 돌길 겨를도 없이 이아지는 개발 지상주의의 이면에서 양산되는 소비사회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과잉소비, 과시소비, 물질소비, 소비제일주의에서 비롯된 오염물, 폐기물의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무분별한 과소비생활의 성향을 개선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 중 하나가 일회용품 사용규제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 달 7일 카페와 식당에서 종이컵 사용금지를 철회했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재허용이다. 그러자 일회용품 사용 규제로 대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온 중소기업들이 위기에 내몰렸다. 환경부와 중소기업벤처부는 이런 정책을 발표하기 전 소상공인 간담회를 통해 일회용품 대체품 제조업체에 경영애로 자금을 지원하고, 다회용품 사용 우수매장에 정책자금 지원시 금리를 우대할 것이라며 지원방안까지 제시했으나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이러한 동일한 사안을 환경부에서는 2022년 4월에 식품접객업종의 매장내 1회용품 사용이 금지하도록 개정된 행정규칙이 시행되다가 2020년 코로나 이유로 한시적으로 사용 유예와 규제,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사용규제를 철회하게 됨으로 소비자들에게는 혼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녹색소비를 위한 환경운동 실천이라는 가치와 명분을 되돌려 버리고 말았다.
그 동안 사용금지였던 일회용품은 플라스틱 컵, 접시ㆍ용기,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일회용품 수저ㆍ포커ㆍ나이프, 비닐식탁보 등이었다.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1회용품 사용현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1회용 컵과 1회용 비닐이 주로 사용되어 왔다. 1회용 컵(종이 및 플라스틱 등)은 주단 3.3개, 1회용 비닐봉투는 주당 2.9개 순이다. 이런 사용량이 누적되어 1인당 비닐봉투 사용은 410개로 전체 집계로 보면 211억개의 발생량이 나타난다. 수치로 더듬는 둔감함이 몇 가지 그림화면을 기억할 때 느낌이 달라졌을 것이다.
극지방의 해빙 속에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견되었으며,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거북, 돌고래, 고래 등 해양생물을 죽게 만들고 산호초서식지 파괴 현장이나, 물고기 배속에서 플라스틱 제품으로 얼룩진 표정들은 우리를 무겁게 하고 있다. 더 이상 일회용품의 대책 없는 남발은 해양생물에 이어 인류생활에 다급하게 위기상황에 직면해져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환경,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종이컵 규제를 철회한 환경부를 향해 일회용품 규제를 원안대로 다시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과 소비자, 소상공인 모두는 이러한 정부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 시행을 1년간 계도기간을 거쳤지만 충분한 준비에 이르지 못했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규제 철회 발표를 놓고는 일회용품 감축방안을 규제대신 자발적 참여로 실현한다는 계획에는 마치 일회용품 사용량의 증가원인에 대해 국민들에게 책임 전가하겠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제사회는 오래 전부터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고 플라스틱 오염을 멈추기 위한 국제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소비의 만능시대가 아니다. 생산되고 있는 모든 것들 중에 하나라도 줄일 수 있는 행동과 대책이 없다면 불편한 내일과 미래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셀 수 없는 생활소비재 중에 하나인 일회용품을 환경부에서는 국제약속을 이행하고 국내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규제철회를 철회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일회용품을 줄이고 덜 쓰고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녹색소비자들의 소비생활 자존감을 되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