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진 울산과학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겸임교수 © 울산광역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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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질문의 힘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느끼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 특히 `챗GPT`의 출현은 우리의 일상에서 정보를 찾아내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를 들어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다가 막혔을 때를 생각해보자. 아이는 "왜 하늘이 파란색인가"라는 간단한 질문을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던 시절,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을 뒤지기도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만 하면 빠르고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챗GPT라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이와 완전히 다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질문`이 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을 중심으로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질문들, 예를 들면 "오늘의 날씨는 어떻게 될까", "가장 가까운 피자집은 어디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 복잡한 학문적 질문까지도 우리에게 알기 쉽게 답을 제공한다.
이처럼 `질문`이 중심이 되는 이 시대, 우리는 더 이상 정보의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정보의 주도권을 가진 활동적인 참여자로 거듭나게 된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대폭 높아진 오늘날 질문의 힘은 지식을 확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질문이 없는 사회인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2월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가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9세~19세) 3천429명을 대상으로 언어문화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나타난다.
이 조사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1주일 수업중에 한번도 질문을 하지 않거나 3회 이하 질문하는 학생의 비율이 44.9%로 10명중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고, 중학생의 경우 이들의 비율은 더 높아 54.8%로 10명중 6명이, 고고생의 경우 더 심각한데, 그 비율은 69.5%로 10명중 7명이나 된다. 정말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태어나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가장 많이 부모에게 하는 질문이 `이게 뭐야` `저게 뭐야`다. 아이가 처음하는 질문은 주로 의문사 `무엇`을 사용하는데 이는 새로운 단어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 4~5세가 되면 사용하는 의문사도 무엇에서 왜, 어떻게로 바뀐다. 이는 단순히 단어를 익히는 단계에서 벗어나 뭔가 사고를 하거나 문제해결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질문을 두고 자주 언급되는 민족이 바로 유대인이다. 그들은 전세계 인구의 0.2%밖에 되지 않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약 30%를 차지한다. 또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크버그,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이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세계적인 기업 창업가들 역시 유대인 출신이 많다. 이들 유대인의 성공비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질문하기`이다. 유대인의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너는 선생님에게 뭘 물어봤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이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자녀들의 호기심을 극대화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의 창의적 사고의 틀을 확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유대인의 교육 방식 중 친구와 짝을 이루어 질문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 교육` 역시 질문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교육방식이다. 이런 질문 중심의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 유대인은 뛰어난 능력과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다.
어릴 때부터 질문하는 법을 익히고 습관화하지 않으면 성인이 돼서도 질문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2010년 한국에서 개최된 G20 정상 회의에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개최지인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먼저 줬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어떤 한국 기자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낯선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통역이 있으니 한국어로 질문을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자 결국 질문의 기회는 중국 기자들에게 돌아갔다. 왜 한국기자들은 질문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를 여러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질문하지 않는 습관 때문이다.
어느 습관이던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애당초 질문하는 습관을 가르치지 않는다. 카이스트 이광현 총장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하는 학생과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학생을 우대해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내 최고 대학교 총장다운 생각이다.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 이를 달성할지 두고 볼일이다. 질문하는 습관은 결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가 지속적으로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바람직하게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도로시 리즈(Dorothy Leeds)는 그의 책 `질문의 7가지 힘`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7가지를 아래와 같이 나열했다. 첫째,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둘째,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셋째,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넷째,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다섯째, 질문은 마을을 열게 한다. 여섯째,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일곱째,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